<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 사회복지 공부 >
19학번 졸업생 염운영
내가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다시 살고 싶어서였던 거 같다.
모든 것이 나에게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삶의 끈을 놓기 위해 몇 번이나 나쁜 생각을 했었고 살아가는 이유를 잃어버리니까 우울증도 심해지고, 대인기피증도 생겨 문밖으로 나가는 것도 힘이 들고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모든 걸 포기한 채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길거리에 ‘사회복지학과 신입생모집’이란 플랑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갑자기 내 맘속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무엇인가 다시 시작하고 싶었고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의 꿈을 포기하고 살은 지 23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번에 포기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 같았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원서를 썼다. 직업 특성상 새벽 6시에 눈을 뜨면 저녁 12시에나 집에 들어 가야했다. 마트와 대리점을 병행하다 보니 일도 많았고 일 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길었다. 그러다 보니 남편의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공부에 대한 욕망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일을 하면서 2년제 야간대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충남 부여에서 전북 군산까지 야간학교를 다녔다. 그렇게 힘이 들게 학교를 다니면서도 힘들기보다 그저 행복했다. 남편과 싸워 시험기간에 시험을 못 보는 일까지도 있었지만 도저히 학업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하루에 잠을 3~4시간 자면서 박카스를 하루에 2개 이상 마시면서 하루하루를 그렇게 버텼다. 책 볼 시간이 없어서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짬짬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원래 차멀미가 심해서 차를 타면 아무것도 못하고 잠을 자야했는데 멀미를 참으면서 책을 보다보니 어느새 차타면서 책 보는 일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하나도 힘든 줄도 모르고 2년이란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다.
야간 전문대를 졸업하고 4년대에 편입해서 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남편의 반대가 심해 잠깐 공부에 손을 놓게 되었다. 하지만 맘속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복지사 1급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또 남편 모르게 원서를 넣게 된 곳이 우리 원디대였다. 그렇게 다시 공부를 시작하니 다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남편도 내가 공부를 포기못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반대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옆에서 응원해주기 시작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으로 가득했던 나에게 사회복지 공부는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세상에서 느꼈던 감정과 다르게 공부는 나에게 믿음과 신뢰를 가져다주었다. 공부는 내가 한만큼 대가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사회복지 공부는 내 가족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혼 앞까지 갔던 남편과의 관계도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배운 가족치료와 대인관계 기술들은 나에게 시각과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조금이라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고 타인을 배려하는 맘도 생긴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의 관계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뭐해라 뭐해라 아이들에게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공부했던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고 마음이 예쁜 아이들로 잘 자라줬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대학생활을 보냈다.
졸업 전 그렇게 도전해보고 싶었던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시험에 자신이 없어 학교에도 연락하지 않고 시험을 보게 되었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한없이 기뻤고 나 자신에게도 자랑스러웠다.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공부만 하는 나를 지켜보기 힘들다는 남편의 말에 잠시 꿈을 접기로 했다. 하지만 나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잠시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움츠리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사회복지 공부는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고 내가 다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는 세상에 나처럼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도전하세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나 역시 앞으로도 나의 새로운 꿈에 도전할 것이며 나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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