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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장남익 동문(16학번), “신명 나는 무대로 어르신들에게 흥겨움 안기고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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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4-06-18 | 조회수 | 2432 |
장남익 동문(16학번), “신명 나는 무대로 어르신들에게 흥겨움 안기고파”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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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예술학과 장남익 동문, 동아일보 인터뷰
[경기 구리경찰서 교통조사팀장 장남익 경감(55). 소리꾼으로서 요양원, 경로당 등에서 민요 공연을 통해 봉사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소리꾼 장남익 씨(55)는 요양원에서 노래 한 가락을 부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꽹과리와 함께 장구를 치기도 하고 “얼씨구”하며 망가진 표정을 짓자, 어르신들이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장 씨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요양원과 경로원 등에서 민요 공연으로 어르신들에게 큰 기쁨을 전달해왔다.
공연이 끝난 뒤 장 씨는 본연의 업무를 하기 위해 제복을 입는다. 장 씨는 소리꾼이자 30년 넘게 경찰 업무를 착실히 수행해온 경기도 구리경찰서 교통조사팀장이다. 제복을 입으면 장남익 경감으로 돌아간다.
장 경감은 한 달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무료 공연을 펼친다. 민요나 트로트 등 흥겨운 공연을 열어 어르신들의 흥을 돋운다. 우리 민요는 흥과 한이 모두 담겨 있지만 장 경감은 신명 나는 무대로 어르신들에게 흥겨움을 안겨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가 맛깔나게 민요를 부를 때면 어르신들은 노랫 가락에 맞춰 춤을 덩실덩실 춘다. 장 경감은 “어르신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에 큰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요양원에서 홀로 공연하는 장남익 경감. 사진: 본인 제공]
한 번은 호흡기를 꽂고 휠체어에 탄 어르신 앞에서 공연을 한 경험이 있다. 그 어르신은 장 경감의 민요를 듣고 눈물을 흘리거나 몸을 움찔거리기도 하고, “죽기 전에 이런 공연도 보다니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전해 들은 장 경감은 “내가 하는 공연을 필요로 하는 곳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 계기로 ‘소리’ 배워
[노인복지센터에서 국악 봉사단 놀패 단원들과 민요 공연을 하는 장남익 경감의 모습. 사진: 본인 제공]
그가 민요를 배우고 공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계기였다. 장 경감은 오 남매를 홀로 키우다 고생만 하시다 일찍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를 사무치게 그리워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곱씹던 그는 문득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주 부르던 노래는 뭐였을까.
자연스레 ‘소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는 2009년 민요학원에 들어갔다. 민요를 연습하고 무대에도 서보며 어머니가 자주 부르던 노래가 ‘박연폭포’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장 경감이 공연을 할 때마다 자주 부르는 것이 바로 박연폭포다. 그는 “가사에서 전달되는 서정성도 좋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가슴이 애잔하게 울리는 감동도 느낀다”고 말했다. 소리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장 경감은 뒤늦게 원광디지털대학교 전통공연예술학과 16학번에 진학해 졸업도 마친 상태다. 또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 3호 ‘놀량사거리’를 이수했다.
[남양주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센터팀장과 장남익 경감 그리고 국악 봉사단 놀패 봉사단원들의 모습. 사진: 본인 제공]
2022년에는 더 정기적인 무료 공연을 위해 남양주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국악봉사단 ‘놀패’라는 단체도 직접 만들었다. 특히 그는 공연을 하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도 진행한다. 그가 진행하는 교육은 다른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과 다르게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민요를 통해 보이스피싱 상황극을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장 경감은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보이스피싱 교육을 할 때 딱딱하게 전달하려고 하면 어르신들이 잘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상황극을 통해서 공연에 곁들이면 어르신들이 크게 호응한다.
그러나 장 경감에게도 고충이 있다. 남자 소리꾼이 많지 않아 인력 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그는 홀로 악기를 연주하는 동시에 노래까지 소화해낸다. 스피커, 장구 받침대 등 다양한 소품 준비도 장 경감의 몫이다.
[노인복지센터에서 국악 봉사단 놀패 단원들과 민요 공연을 하는 장남익 경감의 모습. 사진: 본인 제공]
그럼에도 그는 비번 때 시간을 활용해 공연을 준비하고 봉사를 다닌다. 쉬는 날이면 시나리오를 짜고, 공연 준비에 열정을 쏟느라 무척 바쁘다. 실제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하는 공연 시간만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허투루 준비할 수도 없다. 체력적으로 힘들 수도 있지만 장 경감은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공연하는 시간만큼은 어르신과 함께 힐링하는 기분
이토록 장 경감이 민요 봉사에 열정을 쏟는 것은 공연을 하면서 되레 자신이 ‘힐링’을 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봉사를 하다 보면 우리 봉사단보다 더 흥도 많고 노래도 잘하시는 어르신들을 만나기도 한다”라며 “함께 어우러져서 놀다 보면 내가 공연을 보러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했다. 장 경감을 아들처럼 대해주시는 어르신들도 많다. 그는 “‘다음에 또 언제 올 거냐’라면서 공연을 기다려주시는 어르신들도 있고, 공연할 때마다 즐겁게 호응해주실 때 정말 보람차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연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장 경감은 기자에게 “어르신들이 공연을 보는 시간 동안이라도 통증이나 시련을 잊었으면 한다”라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장 경감은 소리를 배우면서부터 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경찰 업무도 잘 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위안도 많이 받았다. 그는 “과거에는 정말 숫기가 없어서 남 앞에서 창피해서 내 자신을 표현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소리를 통해 무언가를 표출하면서 성격도 외향적으로 변했고,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됐다.
봉사에 열정적인 그는 경찰 업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장 경감은 출근 때마다 남들보다 먼저 도착해 경찰서 청소를 한다. 장 경감이 경찰 업무를 하면서 가장 보람찰 때는 민원인들 입장에서 민원 처리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교통조사팀 업무는 갈등이 첨예한 곳이다. 하지만 민원인들은 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구제를 받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장 경감은 최선을 다해 민원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나중에 우연치 않게 민원인들을 다시 만난 적이 있다”라며 “그때 감사했다는 말 한마디를 들을 때 굉장히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실하고 솔선수범한 면모를 보인 장 경감은 실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소리’는 느림의 미학, 사랑, 어르신 공경 등 무수한 가치가 담겨있어
장 경감은 소리가 자신의 삶 자체이자 일부라고 설명했다. 장 경감은 “평소에 ‘소리와 결혼했다’라고 표현한다”라면서 “소리의 매력은 정말 끝이 없다. 소리를 통해서 사람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리에 대한 열정으로 전국 서도소리경연대회에서 명창부 장려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국악 장르가 학교에서 정식 수업으로 채택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장 경감은 “현대 사회는 정이 없고 서로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시대”라면서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모든 것이 빨라지고 편리해진 것이 좋기도 하지만, 여유와 배려가 많이 없어진 세상이 된 거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느림의 미학’을 전할 수 있는 노래를 배우는 게 필요한 때인 것 같다”라고 했다.
장 경감은 “국악 가사를 통해 어른들을 공경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 권선징악과 같은 가치를 어린이들한테 가르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래는 은연중에 학습되기 때문에 국악을 배우면 사회성이 길러지고 사회에 만연한 비인간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구리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교통조사팀장 장남익 경감. 사진: 동아일보 김예슬 기자]
그는 경찰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장 경감은 “정년을 4년 6개월 정도 남겨두고 있다. 후배들한테 솔선수범하는 경찰로 남고 싶고,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바라보는 경찰관의 이미지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는 “우는 아이한테 ‘경찰 아저씨 오면 혼난다’라면서 울음을 강제로 그치게 하는 이미지보다는 반가워서 울음을 그칠 수 있는 경찰 이미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한테만큼은 밝고 긍정적인 경찰관에 대한 이미지가 심어졌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장 경감은 “외국 소방관들은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마주치면 선물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경찰도 포돌이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어 선물로 건넬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가 됐으면 한다”라면서 “아이들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경찰관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속에 존경하는 경찰관으로 남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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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소리꾼 장남익 경찰관 “어르신들 보면 엄마 생각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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