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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산책] 참나와 무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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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6-02-20 조회수 18

[문화산책] 참나와 무아 사이

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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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를 찾으러 떠난 침묵 수행

무아를 헤아리다 욕망을 만나다

결국 인정하게 된 ‘있는 그대로의 나’


얼마 전 공주 마곡사 뒤에 있는 한국문화연수원에 다녀왔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요가명상학과에서 매년 두 차례 여는 침묵명상 겨울수련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요가강사로 일하며 요가명상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시작한 게 벌써 십 년이 넘었고 수련회 참여도 여러 번이지만 선방의 요가 매트 위에서 나는 언제나 학생이고 수행자다. 요가아사나 수련과 명상을 하며 침묵 속에 2박 3일을 보냈다. 휴대폰 사용도 금지되었다. 세속적 욕망을 내려놓고 잠시 속세를 떠나기에 태화산 자락만큼 좋은 곳도 없다. 오래전 백범 김구도 은거했던 곳이 마곡사다.


강이라 소설가

[강이라 소설가]

[출처: 울산매일신문]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참나자각을 위한 침묵명상’이었다. ‘참나(眞我)’는 브라만교에 바탕을 둔 힌두 철학에서 ‘아트만(Atman)’이라 부르는, 변하지 않는 객체로서의 본질적 자성이다. 브라만교에서 말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는 우주의 궁극적 실재인 브라흐만과 불변하는 개별 존재로서의 나의 동일성을 강조하는 사상이다. 곧 ‘참된 나’를 자각하고 긍정을 통해 나의 자성을 밝히는 게 이번 수련회의 목적이었다. 자성의 등불을 밝히기엔 수행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저 침묵하며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한국연수원에서 산책길로 십여 분을 걸어 백범 김구가 머리를 깎았다는 삭발 바위를 지나면 마곡사의 대웅보전이 나온다. 마곡사는 선덕여왕 9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로 흔치 않은 중층 구조의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다. 마침 사시 예불 시간이어서 예경 올리는 스님 뒤로 합장하며 물러나 앉았다.


요가명상학과를 졸업한 나는 불교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진학했다. 불교와 브라만교는 인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자아’에 있어 결정적 이해 차이를 보인다. 내가 불교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도 바로 요가명상학을 공부하며 ‘자아’의 유무에 대한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불교의 근본 가르침은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이다. 삶은 고통(기쁨까지도)이며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고정적· 불변적인 실체로서의 나라고 할 것은 없음을 말한다. 무아는 산스크리트어로 ‘Anatman’이니 단어로만 본다면 참나와는 상대적인 의미가 있다. 요가와 불교로 오가는 얕은 공부를 통해 아트만 즉 참나를 실체적 대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불교의 불성처럼 내 안에 본래 잠재된 청정한 본성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있다없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좌복에 엎드리며 공손히 절 올리는데 귓가에 다른 말이 들렸다. 대웅보전에 막 들어선 누군가가 법당을 돌보는 보살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 기둥이 그 싸리나무 기둥 맞나요?” 삼존불에 삼배도 올리지 않고 뜬금없이 기둥부터 찾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수행보다 소원을 앞세우는 마음이 못내 가벼워 보였다. 보살이 내 뒤의 법당 기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란히 선 기둥 세 개 보이죠? 오른쪽 어깨를 기둥 쪽으로 하고 세 바퀴 천천히 도세요. 나머지 기둥 하나는 막혀서 못 돌아요. 대신 안고 계세요.” 기둥을 부지런히 돈 이들이 나가고 다른 사람 몇이 들어오더니 또 싸리나무 기둥을 찾았다. 역시나 이들도 기둥부터 돌았다. 뒤늦게 유래를 묻는 어떤 이에게 보살이 속삭였다. “내려오는 전설에 죽어서 저승 가면 염라대왕이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느냐?’고 묻는데요. 많이 돌수록 오래 살고 극락에 갈 수 있대요.”


예불을 마치고 일어선 나는 싸리나무 기둥에 오른손을 대고 세 바퀴를 돌았다. 마지막 기둥을 꼭 껴안고는 올해 소원도 끼워 빌었다. 나는 실소했다. 아까 그들을 흘겨보던 내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참나와 무아를 헤아리던 나는 어디로 갔는가.’ 반질반질한 기둥을 안은 채 나는 나를 탓했다. 그러나 아미타부처님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보고 계셨다. 그 침묵이 말했다.


괜찮다. 그것도 너다.


강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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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참나와 무아 사이 [울산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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