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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투병 끝에 시작한 공부, 2년 전과 다른 나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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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6-02-24 조회수 137

투병 끝에 시작한 공부, 2년 전과 다른 나를 만들다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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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와 회복, 그 간극에서 선택한 상담심리학 공부...'졸업스토리'공모전에서 상도 탔습니다


지난 21일, 2년의 학사 과정을 마치고 학사모를 벗었다. 그 순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2023년 암 투병으로 하루를 버티던 내가, 2024년 3월에 원광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마음 챙김 첫 강의를 듣고, 그 과정을 마치고 졸업식장에 서 있었으니 말이다.


지난 21일, 원광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학우수여식에서 학사과정을 마친 뒤 상담심리사 1급 자격을 취득하고, 김영혜 학과장으로부터 졸업장을 수여받는 시간이었다.

[지난 21일, 원광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학위수여식에서 학사과정을 마친 뒤 상담심리사 1급 자격을 취득하고, 김영혜 학과장으로부터 졸업장을 수여받는 시간이었다.]


휴직 기간 동안 글을 쓰며 에세이 작가로 한 걸음 내디뎠고, 상담심리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이어 갔다. 학사 과정을 밟고 상담심리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시간은 멈춰 있던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여정이었다. 여전히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는 분명 2년 전과는 다른 '김정아'가 되어 있었다. 내면은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달까.


사실 치료가 끝나면 곧 일상도 제자리를 찾을 줄 알았다. 그러나 회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건강은 조금씩 기력을 되찾았지만 마음은 엉킨 실타래처럼 제자리에서 맴돌았고, 완치 판정까지는 아직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과 우울이 따라붙었다. 지인들의 "이제 다 끝났다"는 말에도, 나는 평범한 일상에 도착한 기분이 아니었다. 완치와 회복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간극이 놓여 있었다.


그 간극 앞에서 나는 선택했다. 2023년 12월, 원광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에 편입 원서를 낸 것. 누군가를 돕겠다는 사명감보다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지, 무엇이 나를 두렵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멈춰 선 채 괜찮은 척하기보다 한 걸음이라도 내디디고 싶었다.편입 이후의 시간은 치열했다. 낮에는 일상을 버티고 밤에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노트를 폈다. '감정을 판단하기보다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과정을 배우던 날, 나는 비로소 내 마음 곁에 머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지난해 4학년 1학기 3월, 임상심리 현장실습을 위해 서울 캠퍼스를 오가던 날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충남 당진에서 서울까지 이어진 길 위에서 설렘과 부담이 번갈아 밀려왔다. 이론으로만 배우던 상담을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이었다. 기대만큼 두려움도 컸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2025년 가을, 폭우가 쏟아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운 순간이었다. 그 순간, 후회 대신 나를 지켜주고 격려해 주던 이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


그때 깨달았다. 잠시 멈춰 서더라도, 다시 일어설 의지만 있다면 어떤 시련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잠시 멈춰 있던 나에게, 상담심리학과 편입은 단순한 학업 선택이 아니라 흔들리던 삶을 다시 삶의 궤도 위로 끌어올리는 결단이었다.


서울캠퍼스에 도착한 강의실에서 MMPI(다면적 인성검사)와 TCI(기질 및 성격 검사) 검사 결과를 통해 숫자와 척도 사이에서 나를 읽었고, 로르샤흐 카드 수업에서는 같은 그림을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 학우들을 만났다. 그런 경험은 사람을 쉽게 규정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일깨워 주었다. 상담은 누군가를 바로잡는 기술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를 함께 바라보는 태도임을 배웠다.


상담심리학과에 편입해 공부했던 시간은 단순히 학위를 위한 과정에 머무르지 않았다. 과제에 쫓기던 밤, 반복해서 들은 강의, 서울캠퍼스로 향하던 발걸음은 모두 흔들린 나를 다시 삶의 중심으로 단단히 세우는 훈련이었다. 그 한가운데에서 나는 꾸준히 글을 썼다. 병원 대기실과 도서관, 집 식탁에서 문장을 이어 붙이며 지난 시간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렇게 완성한 글을 졸업스토리 공모전에 응모했다. 큰 기대는 없었다. 다만 이 시간을 스스로 기억하고,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졸업스토리 공모전에 입상하여 받은 장려상 사진


그런데 지난 11일 장려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전화를 끊고 기쁨도 잠시,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상의 크기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이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었다. 봄에는 괜찮은 척 웃었고, 여름에는 버티는 법을 배웠으며, 가을에는 불편한 감정을 조금씩 내려놓았고, 겨울에는 스스로를 보듬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시간 속에서도 나는 매일 조금씩 자신을 건너며 걸어왔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말을, 그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졸업스토리 공모전 장려상 소식은 기쁨 이상이었다. 내 글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유방암 이후 움츠러든 마음과 멈춰 있던 시간을 솔직히 기록했기 때문이다. 흔들리면서도 다시 선택한 나날, 두려움과 설렘이 뒤엉킨 과정이 누군가에게 "나도 다시 시작해도 되겠구나"라는 작은 용기가 되길 바랐다. 원광디지털대학교에서의 시간은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마음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코어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보여주었달까.


상담사가 될 때, 또 내담자가 되어 경험할 때 모두 느낀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이해하는 힘이 삶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익산캠퍼스 오리엔테이션에서 "잘 오셨습니다"라는 김영혜 학과장님의 한마디, 김영훈 박사님의 임상심리 현장 실습으로 이어진 전문적인 강의와 실습, 그리고 학우들과 나눈 연대와 격려의 시간은 모두 내 안에 굳건히 남았다.


그날의 온기를 이제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지금 시작하기에는 늦은 건 아닐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배움에는 늦음이 없다는 믿음과 용기를 건네는 상담사가 되고 싶다. 학위와 자격증은 끝이 아니라, 다시 걸음을 내딛게 하는 발판이었다. 흔들리면서도 선택하고 기록하며 걸어온 지난 2년이, 오늘의 나를 세상 속으로 단단히 세우는 힘이 되었다.


2025년 11월 14일, 복직해 다시 아이들을 만났다. 1학년 교실에서 겨울방학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해 3월 개학을 앞두고는 연간 계획안을 만들며 수업을 준비하고 교실을 정비하고 있다. 새 학기에는 아이들의 행동을 서둘러 교정하기보다, 그 이면에 놓인 정서와 또래 관계 속 맥락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 아이의 말과 태도는 단순한 기질이 아니라 관계망 속에서 형성된 결과임을 상담심리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갈등은 미숙한 표현의 한 방식일 수 있으며, 서툰 행동 역시 관심을 표현하거나 참여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읽는다. 예전보다 한 박자 늦추어 말하고, 더 오래 귀 기울이는 습관이 생겼다. 이제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보다 그 이면의 마음과 관계를 먼저 살피며, 친구들 사이의 연결을 돕는 일에 마음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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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끝에 시작한 공부, 2년 전과 다른 나를 만들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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