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Home > 뉴스센터 > WDU 졸업스토리 인쇄하기

WDU 졸업스토리

게시글 정보 제공 게시글의 제목, 등록일, 조회수, 첨부파일을 제공합니다.
제목 [2015년 2월 우수작] 정체되지 않는 삶을 위하여 - 김성종 등록일 2015-03-04 조회수 1946
첨부파일
    등록된 파일이 없습니다.

[2015년 2월 우수작] 정체되지 않는 삶을 위하여 - 김성종

2015-03-04

첨부파일 :
    등록된 파일이 없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것을 진정으로 고민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정체되지 않는 삶을 위하여...내 병명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와 같은 병이다. 난치 희귀 병이라 고칠 수 있는 뚜렷한 약이 없다.고심 끝에 항암 들어가기 전에 애플사에 전자메일을 보냈다. “나도 당신처럼 희귀질환에 걸린 몇 안 되는 사람이오.서로 다른 환경과 서로 다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꼭 만나서 밥 한번 듭시다. 밥은 내가 사리다.“한방건강학과 김성종

2009년 유난히 더웠다. 피곤함을 자주 느끼고 별생각 없이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토끼눈을 하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며칠 뒤 대형병원에서 조직검사 후 가족력이나 유전도 아닌 희귀질환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너무 젊은 날이라 믿어지지가 않았다.

오래된 고전영화 영화 <25시>를 보면 인생의 회한이 담긴 미소를 짓는 안소니 퀸의 마지막 엔딩 모습이 나온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형언할 수 없는 표정, 그 날 부모님의 얼굴을 통해 나는 그 안소니 퀸의 모습을 보았다. 수술이 낙관적이지 않아 유서를 쓰고 공증을 받았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관장을 한 후 탈진이 된 상태에서 화장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짧았던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난 어떻게 살아왔던 거지?”

10시간 가까이 되는 대수술을 받았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후에도 피를 워낙 많이 쏟아 3일을 더 있어야 했다. 입원해있는 몇 달 동안 물질적, 정신적 고통이 하루에 몇 번이고 지나갔지만 자식을 살리기 위해 모든 걸 뒤로하고 오신 부모님의 헌신적인 간호 때문이라도 혼자 아프다고 푸념할 경황이 아니었다.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나는 수술 후유증이 큰 편이었다. 장기를 많이 잘라내 몸속에 피가 많이 고였고, 잦은 고열 때문에 응급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다. 하지만 수술 후 항암이 더 힘들었다. 인간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고통의 마지막 끝이 항암인 듯 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몸무게가 10kg 가까이 빠졌는데 항암을 하면서 8kg가 더 빠졌다. 거울을 볼 때마다 울부짖는 좀비를 보는 듯 했다.

내 병명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와 같은 병이다. 난치 희귀병이라 고칠 수 있는 뚜렷한 약이 없다. 고심 끝에 항암 들어가기 전에 애플사에 전자메일을 보냈다.

“나도 당신처럼 희귀질환에 걸린 몇 안 되는 사람이오. 서로 다른 환경과 서로 다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꼭 만나서 밥 한번 듭시다. 밥은 내가 사리다.”

답장은 기대 안 했는데 비서가 대신 답장을 보내 왔다.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용감하게도 자기에게 전자메일을 보내 밥을 사겠다고 한 것이 기특하니 열심히 살아보자는 내용이었다. 그 대답이 그냥 형식 차원이라도 기분이 좋았다. 난 그와 함께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래서 열심히 항암치료를 받았고 즐겁게 침과 뜸을 맞았다.

2011년 가을, 나는 항암치료로 악전고투 중이었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피 말리는 고통을 혼자서 감내하고 있었다. 서있기조차 힘들어서 육신의 허물을 벗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TV 뉴스에서 잡스의 사망소식을 보게 되었다. 누구보다 완쾌를 바랬는데 그의 죽음이 너무 가슴 아프면서도 망연자실했다.

나는 눈을 감고 반대로 누운 후 그가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모습을 잠시 생각하며 진심으로 명복을 빌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다시 병원에서 채혈을 하기위해 간호사가 다가와서 내 혈관을 만졌다. 그날 오후 피검사가 나왔고 백혈구 수치가 괜찮다고 나왔다. 그렇게 나의 항암치료는 또 다시 시작되었다

집과 병원을 오가면서 이대로 죽기보다 스스로를 돌아 볼 필요를 느꼈다. 병에 무지하고 건강에 소홀했던 나 자신을 돌아 볼 필요가 있었다. 병원을 가도 외래는 5분을 넘기지 않았으며, 한의원에 가도 온통 모르는 용어에 침과 뜸을 맞고 나오면 이게 제대로 하는 치료인지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다. 한방건강학과는 어쩌면 내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유일한 학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나온 이 말 한마디는 나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2011년 그렇게 원디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병원에서 항암과 방사선을 맞으러 다녔다. 아프면 쉬다가 괜찮으면 또 일어나 책을 봤다.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 등은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지만 이겨내고 싶어 웹진기자활동을 했다. 몸이 아프면 전화인터뷰로 대신했고, 교수님 면담 시는 가기 며칠 전부터 컨디션 조절에 애를 썼다. 탈모가 진행되어 거울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연연하지 않고 특강에는 씩씩하게 나갔다. 체력이 버거워 도저히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시험이나 과제를 포기하거나 병을 핑계대고 미루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에게 있어 더 중요한 것은 완주를 하겠다고 다짐한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A학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갔다.

2012년, 프로야구 시구를 하게 되었다. 전광판에 내 소개가 되자 잠시 야구장이 조용해졌다. 시구를 한 뒤, 곧이어 끝내기 홈런을 치고 난 것처럼 함성과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양쪽 벤치에서 예쁜 여자 연예인이 나오길 기대했다가 시무룩해 하던 선수들도 고함을 지르며 소리 질러 주던 그 현장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병마를 이겨내기 위해 또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2013년 봄, MRI 촬영 후 척추 뼈 전이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위와 뇌만 빼고 전부 전이가 되어 통증이 극심할 거라고 했다. 표적치료제를 시작했으나 별다른 차도가 없자 다시 화학항암으로 내 몸을 융단폭격 하기 시작했다. 차디찬 항암 주사액이 내 혈관을 타고 온 몸을 휘감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병원이불을 뒤집어쓰고 어금니를 깨문 채 눈물인지 콧물인지 알 수 없는 물줄기를 연신 닦아내는 일뿐이었다. 힘들고 무섭고 자포자기가 되었다. 공부를 처음으로 그만두고 싶었다. 한 해가 또 그리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힘들 때 최윤희 교수님이 도움을 주셨다. 체력은 어찌 관리하고, 학과목 선택은 어떻게 하는지 교수님의 격려에 큰 위로를 받았다. 수많은 학생들을 위해 전국으로 활동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빛을 내고 싶은 나의 간절함을 어떻게 아셨는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용기를 주셨다. 그 분의 따뜻한 배려를 아직도 잊지 않고 살고 있다.

2014년 8월,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졸업장은 그동안 눈물과 땀으로 얻어낸 값진 성과가 되어 돌아왔다. 늘 걱정해주시는 최윤희 교수님, 지적호기심에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김규열 교수님, 대학원 진학에 도움주신 양미옥 교수님, 치료를 신경써주신 한충희 교수님 등 부족한 제자를 이끌어주신 네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건강을 유지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이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20kg 가량 빠지면서 서른 번의 화학항암, 스무 번의 방사선, 네 번의 표적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중단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어 스스로 결정했다.

2015년, 현재 석사로 계속 공부 중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공부한다는 것은 나를 알기 위함과 동시에 자연에서 내가 얻을 수 있다는 순수한 학문에 매료된 점이 컸기 때문이다. 내가 죽는 날이 내 공부도 끝나는 길이라 생각하고 정진하고 싶다. 몸이 아파도 한방건강학과 학생으로 즐겁게 공부했던 나 자신을 보며 원디대 학생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삶의 하나하나가 아직까지는 나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고난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바너드>

  • 블로그로 공유하기
  • 원광디지털대학교 유투브
  • 현재페이지 url 복사
이전글, 다음글 목록 게시글의 이전글, 다음글 목록을 제공합니다.
이전글 [2014년 2월_최우수작] 학생번호에 담긴 기적 - 양지애 2014-02-19
다음글 [2015년 2월 우수작] 귀향, 삶을 Reset하며 - 주영희 2015-03-04

콘텐츠 담당부서학사지원팀

입학안내

입학상담안내 1588 - 2854 입학안내 1588 - 2854 전화상담 및 입학자료신청
News letter WDU의 생생한 소식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