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동양학과 조인철교수입니다.
저희 동양학과는 사실 동양술수학과입니다. 대표적 동양술수라고 하면 사주명리와 풍수를 들 수가 있지요. 여기 보고 계신 것은 율곡선생님의 사주입니다. 흔히 사주팔자라고 하지요. 사주란 보고 계신 것처럼 丙申의 기둥하나 辛丑의 기둥하나 丁亥의 기둥하나 壬寅의 기둥하나로 즉 연월일시의 천간지지로 세운 4개의 기둥을 말합니다. 팔자는 기둥의 상하를 만든 재료로서 병신, 신축, 정해, 임인의 여덟글자를 말합니다. 자, 이렇게 사주라는 4개의 기둥으로 하나의 집을 만들 수 있지요.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나면서 이러한 집을 하나씩 가지게 됩니다. 물론 좋은 집도 있고 좋지 않은 집도 있지요. 여러분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율곡선생님(李珥, 1536~1584)은 조선시대 천재이셨지요. 어렸을 때는 어머니 신사임당으로부터 교육을 받았습니다. 율곡선생님은 천재인데다가, 훌륭한 어머니를 만났지요. 이런 점만 볼 때는 비교적 좋은 운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는 분이시지요. 율곡선생님은 16세에 신사임당을 여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잠시 금강산에 들어가 불교에 귀의 한 적도 있으십니다. 다시 환속하여 비로소 유학자로서 명성을 떨치게 되는데,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든 장원급제를 9번이나 하신 덕분에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불리기도 하셨습니다. 율곡선생님은 임진왜란을 예측하시고 십만양병을 주장하셨지만, 당시 조정의 극심한 당파싸움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 펼치지 못하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8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홀로 남은 부인인 곡산노씨도 임진왜란의 화를 피할 수 없었는데, 결국 파주에 있는 선생님의 봉분을 끌어안은 채 순절하시었고 선생님의 묘소 바로 뒤의 그 자리에 봉분을 만들어 모셔졌습니다. 그래서 율곡선생님과 부인이 모셔진 선영은 특이한 묘제형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곳을 찾는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요. 율곡선생은 살아계신 동안 높은 벼슬을 하셨지만,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청빈한 생활을 하시다가 48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성리학자로서 최대의 영예로운 곳이라고 할 수 있는 문묘에 배향되었다가 다시 취소되고 또다시 배향이 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장본인이십니다. 자, 여러분! 언뜻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율곡선생님과 그의 부인 곡산노씨의 인간적 삶은 어떠하였을까요? 행복하였을까요? 불행하였을까요? 자, 여러분! 율곡선생님과 관련된 이러한 인생역정과 역사적 사실이 이 사주 속에 모두 담겨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자, 저희 동양학과에서는 이런 사주뿐 아니라 풍수도 공부하는데요. 이 그림은 풍수적 관점에서 건물을 보는 것입니다. 건물에도 기운이 있습니다. 음기ㆍ양기가 있고, 이 처럼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기가 있습니다. 여기 그림 중에 대우빌딩이 있지요. 세계를 경영하던 대우가 왜 망했을까요? 사주가 타고난 인간의 운명을 말한다면, 풍수는 인간의 환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타고난 운명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느냐 하는 것도 한 사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조건이라고 할 수가 있지요.